Engineering Bay/Game

게임 개발의 태동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3. 8. 20:30

게임 개발자란 도대체 뭘까.



고등학생 때, 나는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 꿈이었고, 내 전공으로 삼고자 하는 희망사항이었다. 보통은 이런 꿈이야 말로 '부모에 의해 만들어진 꿈'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든 꿈'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것은 사실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꿈'이 아닐까 싶다.


내가 생물학을 공부해서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PEET(Pharmacy Education Eligibility Test)  시험을 통과해서 약사가 되는 것이었다. 속히 이르자면 의사처럼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하면서 병원에서 지내는 과정과, 카데바를 해부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는 조용히 앉아서 제약회사에서 만든 약을 파는 약장수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많은 의학, 약학에 종사하시는 분들께 실례가 되었습니다. 당시 의학이나 약학에 대한 오해를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약사가 되려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PEET 시험을 통과하고 정식으로 약사가 되어야 한다. 즉, 공인 인증을 받아야 정식으로 약사로서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도 그렇게 되어야 할까?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르는 위험한 직업인 약사는 그렇다고 쳐도, 게임 개발자가 공인 인증을 받아야 할까? 꼭 넥슨이나 네오위즈, NHN 엔터같은 게임 개발 회사에 취업을 해야만 게임 개발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내가 게임을 만들면 된다.


게임을 개발하고 이걸 어떻게 팔 것인지가 문제다. 일단 온라인 게임은 수많은 연구를 거쳐서 서버와 통신하며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모델이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그 구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면 우리는 패키지 형식의 게임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 어디에 팔 것인가?


처음엔 다들 스팀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팀은 내게는 너무나 커 보인다. 대부분 가운데 배너를 장식하는 게임들이 모두 기업에서 만든 대작들이라, 내가 만든 게임을 어디 비빌 수가 없다. 구매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피드백인데, 우리가 이걸 제대로 신경 쓸 수나 있을까. 무료로 푼다고 해도, 그다지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할 것이다.


게임 디자인이 이렇게까지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라기만 했다. 우리는 게임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같이 발전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그 게임들을 지켜보며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였다. 너무 늦은 감이 들기도 하고, 우리처럼 게임 개발을 갓 시작한 초보들이 모인 커뮤니티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참에 작년에 발견한 커뮤니티가 하나 있다.



itch io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의 게임을 업로드하고, 자랑하고, 평가하는 커뮤니티다. 스팀에 올라와 있는 VA-11 Hall-A, Momodora 역시 여기에 올라와 있다. Undertale은 없지만, 유사 짝퉁 게임도 올라와 있다. 즉, 인디 게임의 천국이자 게임 개발 초보들이 모인 곳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업로드 하는 게임들은 어떻게 만들었든 상관 없다. Unity, Unreal, Cri 등 잘 알려진 게임 엔진부터, Gamemaker, RPGmaker, Constructor와 같은 개발 툴, 심지어 .NET WinForm 앱, MFC로 만든 게임도 있다. Super Hexagon은 OpenGL로 만들었다는 걸 생각 해보면, 여기서는 어떤 게임을 내든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Game Jam이라는 게임 개발 대회도 있다. 어떤 조건으로 게임 개발하기, 또는 어떤 플랫폼을 대상으로 게임 개발하기, 심지어는 게임 개발이 가능한 판타지 콘솔 개발하기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마련해 준다. Game Jam은 항상 예정되어 있으며, 하루에도 많은 Jam이 진행되고 있다.




만약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리고 itch.io에 게임을 출시해보고 반응이 꽤 괜찮다면 스팀에 판매해보는 건 어떨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면 된다. 그러니, 많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해서 게임을 팔아보자. 그리고 공인 인증이 없더라도 자기 명함의 이름 세 글자 아래에 "게임 개발자" 라고 당당히 적어보자.